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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전국일주

자전거 전국일주 [~3일] 몽산포 가는길

by 태디 2011.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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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들때쯤 멀리서 오토바이와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나의 첫 야영은 그렇게 순탄하지 않게 시작되었다. 들리는 목소리로 보아 남자 3명정도 인것 같았다. 그렇게 새벽까지 술과 고기냄새가 나의 텐트를 감쌌고 고성이 이어졌다. 별일은 없었지만 피곤하고 짜증스러운 야영의 첫밤을 보냈더니 둘째날 아침은 몸이 무거운 상태에서 깨어났다.

 



쌂은계란과 어제 산 사과 1개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야영을 하기에 비교적 좋은 날씨지만 새벽과 아침엔 조금 쌀쌀해서 얇은 침낭을 가져온 나로서는 한기까지 느껴야 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껴입고 겨우 잠을 잤다.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와 벌래, 뱀등으로 부터 침입을 막을 수 있도록 야영을 할 수 있는 터가 마련되어 있다. 다만 낮과 밤의 온도차로 인한 결로때문에 텐트와 그라운드시트등을 햇빛에 건조시켰다.









한기를 느꼈던 새벽과는 달리 아침에는 따듯한 햇볕 따사로워서 텐트와 기타 물건들을 말리는 동안 일광욕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얼굴과 피부가 검게 타는것도 모르고 말이다.

누가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나도 이생활에 서서히 적응해 나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침식사를 부실하게 해서 그런건지 초장부터 힘이 빠진다. 몽산포까지 120km가 넘는 거리인데 더욱이 어제 넘어온 깔딱고개 2개를 넘어야 한다. 아침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물 한 모금 마시고 간단한 스트래칭과 기지개를 켜본다. 








어제 미리 가야할 길을 네이버지도에서 검색한 다음 경로를 메모해 두었다. 갈때까지 가보자라는 생각으로 우선 서산시까지만 방향을 적어두었는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제 들렸던 천안삼거리공원에 유치원 꼬마들이 많이 보였다. 그 밖에 행사 진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공원안이 매우 분주한 모습이다. 공원매점에서 삶은개란과 과자, 초코렛등으로 당과 허기진 배를 채웠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자전거만 타면 배가 많이 고프다. 체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전신운동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따라서 자전거를 타다가 자주 쉬고 열량 보충을 자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복잡한 천안 도심지역을 빠져나왔다. 천안 외곽지역은 공사하는 곳이 꽤 많이 보였다.  






공사하는 구역이 많은곳이라 곳곳에 도로확장에 따른 미개통구간이 있어서 차와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주행을 할 수 있었다.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은 미개통 구간 끝에 갑자기 기존도로와 합쳐지면서 갓길이 좁아진다는 것이 좋지 않았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것처럼 배고픈 자전거 여행자는 이런곳을 그냥 지나치면 안되기에 맛있을 것 같아 찐빵과 만두를 주문했다. 








역시 생각했던 것보다 맛은 있어 보였다. 아주머니께서 자전거와 나를 보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나이는 몇인지,
어디서 왔고 어디까지 갈지,
결혼은 했는지,
혼자 여행하면 심심하지 않은지등....







음 아신시에 들어와서 스마트폰의 네이버지도를 보고 계속 따라갔는데 또 어제처럼 2km정도를 더 지나쳐왔다. 다시 오던길을 돌아가던중 한 아저씨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신다. 찐빵집 아주머니가 물어보신것과 비슷하게 물어보시고 자전거에도 많은것을 물어보셨다. 처음엔 사람 귀찮게 하는 사람쯤으로 여겼지만 여행이라는 같은 주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신것 같아 30분정도를 이야기 하였고 나도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어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 대화가 끝난후 친절하게 자세한 길까지 알려주셨다.








아산을 지나 본격적으로 21번 국도를 달렸다. 산도 많고 주변에 공단이 위치해 있어서 대형화물차도 많이 지나다녀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신변에 위협까지 느꼈다.  밤잠을 설쳐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식사도 부실하게 하고 자전거를 타니 주행거리는 30km가 안되었다. 앞에 고개가 보이지만 도저히 넘을 자신이 없었다. 잠시 식사를 하며서 쉬어 가자는 생각으로 휴게소에 들렸다.  








김밥 한줄로는 부족해 된장찌개를 추가로 주문했다. 많이 먹었는지 포만감을 넘어, 배가 심하게 부를 정도로 먹었다. 오늘은 도저히 더이상 못갈 것 같았다. 오후 4시가 되지 않았지만 일찍 쉬고 내일 떠나자라는 생각으로 휴게소 옆에 있는 모텔을 찾았다.








출발하기전 모텔에서 오늘 가는 길의 경로를 메모했다.







포스는 세계일주! 그러나 지금은 전국일주!








하루 푹 잤더니 컨디션도 좋고 기분까지 상쾌하다. 그래서 셀카 한 번 찍어준다.







어제 오늘 네이버지도 보고 가야할 루트를 정하지만 세세한 것은 지역주민 또는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샵교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원래 어제 목적지가 샵교천이었으나 더 이상은 무리라고 생각하여 주행하지는 않았다.







드디어 샵교천이다. 중학교때 소풍을 온 이후로 처음 와본다. 당시에는 수 많은 학교에서 단골로 소풍을 오는 곳이었다. 요즘은 낚시꾼들이 대신하고 있다.







둑위에서 타보고 싶은데 경사도가 심해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진 못하고 사진찍는것으로 만족했다. 방파제 아래쪽으로 이탈할 위험도 있기 때문에 일찍 단념했다.








전국일주 시작한 후 처음보는 바다이다. 처음 목적지였던 만리포까지 가려했으나 샵교천 입구 가게 아저씨가 들어갔다가 다시 되돌아 나와야 하기때문에 차라리 몽산포로 가면 안면도까지 내려가는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그게 좋지 않겠느냐고 해서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처음엔 싫었지만 거리상 저녁늦게까지 달려도 어려울것 같아 몽산포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러나 몽산포까지도 만만치 않은 거리다.


 




 









추억의 관광지? 사실 22년전의 일이라 다녀왔다는 것만 생각날뿐 추억이라고 까지 하기엔 그때의 기억들이 흐릿할 뿐이다.




 


자전거를 계속 타고 가는데 위기가 왔다. 작년에 뉴질랜드에서 겪었던 뒷무릎쪽이 뻐근하고 땡기기 시작했다. 안장의 높낮이와 앞뒤위치를 조절하면서 타보기도 하고 몸이 편해질때까지 계속 안장위치를 조정했다.








추가적으로 통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짐통소염제를 무릎 주변을 마시지 해주었다.







아산부터 서산까지 높지 않은 오르막이 반복됐다.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해는 머리위에 떠 있고 기온은 초여름처럼 30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행히 점심시간 즈음해서 만난 반가운 휴게소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휴게소에서 파는 음식은 언제나 배고풀때 먹긴 하지만 항상 뭔가 아쉬움면이 많다. 부실하고 가격은 비싸다. 그러나 자전거 여행자에겐 이것도 진수성찬이기에 늘 맛있게 먹어야 한다. 음식점이나 가게에 들어갈땐 물건을 구입하거나 먹으면서도 나의 시선을 자전거를 주시한다. 가까운 위치에 두고 지켜본다지만 기본적인 시건장치는 해두는 것이 만일의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32번 국도도 만만치 않다. 공단 지역을 벗어난 다음부터는 차는 많지 않으나 오르막 길의 반복이다.














서산을 지나서 태안읍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조금만 더 가면 몽산포로 갈리는 길... 그 앞 슈퍼에서 당과 허기를 채우고 마루에 앉아서 40여분동안 아저씨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가야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았는데 그래도 사람들과 대화하는 건 언제나 좋다. 한 옆가게 주인아저씨가 어디서 왔나고 물어보길래 수원에서 왔다고 했다. 자기도 십수년전에 수원에 있는 S전기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고향에 내려와 산다고 하셨다. 가끔가다 수원에서 연고가 있었던 분과 만나면 대화가 길어진다. 그럴때마다 난 사람들에게 여기 와서 사시는 것과 수원에서 살때와 차이가 뭐냐고 물어보면 복잡한데 있다가 시골에 내려오니 살기도 좋고 우선 공기가 맑아서 좋다고 한다. 다화를 하다가도 가끔 난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얹제쯤 시골에서 살아볼 수 있을지..."








몽산포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77번 국도는 좁은 2차선도로에 갓길이 없어 때론 위험했지만 대부분 평탄한 길이라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30분 후면 어둬지기때문에 여기서 도착했다는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어드워지기 전에 빨리 야영할 곳을 찾아서 텐트 쳐야 했다. 금요일 오후 야영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와서 오토캠핑을 하고 있어서 나처럼 혼자 온 여행자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 나같은 자전거 여행자를 찾아보았지만 없는것 같았다. 텐트를 치는동안 마을사람, 또는 관리인 같이 보이는 사람이 찾아와 몇명에서 왔냐고 물어보면서 텐트 자리세를 걷어갔다. 만오천원인데 혼자 왔다고 특별히 오천원 깎아서 만원만 받는다고 했다.







텐트를 후다닥 치고 해변에서 일몰을 찍으려고 DSLR을 챙겨서 찍었지만 해는 이미 뉘였뉘였 바다 저편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어두워지기전 빨리 텐트로 돌아가 밥을 해먹어야 하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밥해먹기전 씯으려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화장실과 샤워장은 물이 나오지 않거나 패쇄해버렸다. 돈은 받아가면서 물도 나오질 않고 물이 나오는 곳은 식수대 뿐이었다. 한 30여분 돌아다니다가 포기하고 자리로 돌아와서 밥을 해먹었다. 그런데 텐트를 친곳이 모래가 많아서 다른 곳을 찾다가 혼자 야영하는 사람을 만났다.

이미 텐트안에 짐을 펼쳐놓았는데 자리를 옮기기 위해 텐트를 걷고 짐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내키지가 않았다. 그러나 텐트 주변에 모래가 많아서 계속 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30여분을 정리하여 자전거에 싣고 혼자 온 여행자 옆으로 갔다. 그 아저씨는 가족이 있지만 가끔 혼자 나와서 여행을 하신다고 했다. 왠지 초라해보이기도 하고 멋었어보이기도 했다. 두어시간 대화를 하다보니 여행을 많이 다니시는 것 같았고 짐 정리하는 것을 보니 전문적인 백패커(배낭여행자)였다. 

가족단위로 여행온 사람들 틈에서 혼자 있다는 것이 외로울거라 생각을 했는데 모처럼 다른 여행자를 만나 같이 대화도 나누고 해서 모처럼 심심하지 않게 하루를 마무리 했다.


2011.09.22






201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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