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자전거 여행[15] - 17시간 끝에 도착한 St. Arnaud 그러나...


2010.04.17



시골이라 차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이따금씩 지나가는 차 때문에 몇 번 잠에서 깼다. 어제 내 주변을
정신 없게 했던 꼬마때문에 오늘은 다른때보다 조금더 일찍 출발하려고 한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났다.
지도상에 St Arnaud에 캥핑장이 있다. 거리는 약 52Km 정도 어제 오후부터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아직까지
바람은 불지 않는다. 코펠중에 작은 것 하나를 버렸다. 짐을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서였다.






도로의 컨디션 상태를 알려준다. 산이 많은 곳이라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다. 그래서 이렇게
이정표에 갈 수 있는 여부를 표시해둔다. 해가 뜬지 얼마 되지 않아 쌀쌀한 날씨다. 바람도 약간씩 불고
방풍자켓을 꺼내 입었다.






자전거를 이정표옆에 세웠는데 이놈이 나에게 호기심을 보인다. 사진을 찍으려고 가까이 가려니 한 발 물러선다.
덩치에 비해 겁이 많은 녀석이다.

"잘 있어라... 나 간다."






해가 떠 있는 상태에서도 구름의 긴 그림자가 드리우면 주변이 어두워진다. 숲이 끝나면 넓은 목초지가
시작된다.






아침부터 매서운 태풍급?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아도 나가질 않는다. 이른 아침부터
이러니 좀 걱정이 된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자전거를 타는데 힘이 더 든다. 1Km 가고 조금 쉬고 또 가고를 반복한다. 평균속도 10Km
이상 나질 않는다. 계절이 여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에 이곳은 100Km가 넘는 골짜기이다. 조금씩 63번 도로를
선택했다는 것에 대한 후회감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맞은 편에서 오는 자전거 여행자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뒷바람을 등에 지고 가는 여행자가 부러웠다.
난 앞으로도 몇 십Km를 맞바람을 맞으며 가야하는데 말이다. 뒤를 돌아보니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때때로 다시 되돌아 가고픈 마음도 들지만 며칠동안 힘들게 왔는데 그래도 목적지까지 가야하지 않겠나라고
생각하며 그냥 가는 길을 계속 가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가끔 지나다 보면 큰 나무들이 베어진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도로에서 집이 멀리 떨어져 있기때문에 집의 진입로 입구에는 우체함이 있다. 우체함은 집집마다 크기와 모양은
제 각각이다.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다.






어김없이 이어지는 포도밭. 지루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차를 탔을때 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나에 대해 그리고 내 주변에 대해, 또는 그 밖에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아진다. 마음의 여유도 많아진다.











자전거를 세우면 어디선가 멀리서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 이놈들은 차가 지나가면 안짖고 자전거가 지나가다
멈추면 목청것 짖는다. 아무래도 차소리는 같은 패턴의 소리니까 짖지 않는것 같다. 그러나 자전거는 자기네들이
처음 듣는 소리이니 아무래도 이상하게 느끼고 본능적으로 짖는 것 같다. 개짖는 소리때문에 한 곳에 오래 머물
지 않는다. 한 마리가 짖기 시작하면 사방에서 여러마리가 짖는다.






보통 도로에 농장진입로 옆에 자전거를 세우게 된다. 왜냐하면 이런 시골길은 도시와는 다르게 자전거 전용도로
나 갓길이 대부분 없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다가 쉬기 위해 이런곳 앞에 멈춘다. 때론 농장주와 마주쳐 이상한 논
초리로 쳐다보기도 하고, 다는 그렇지 않지만 일부 사람들이 왜부인에 대해 그리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 같다. 전에 픽턴에서 블랜하임을 갈때 달리다가 집앞 갓길에서 자전거를 세웠는데 집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차를
세우더니, 빨리 가라고 손짓을 하며, 여기서 텐트치면 안된다" 라는 말을 했던 적이 있다.

난 잠시 물을 마시기 위해 자전거를 세운것 뿐인데 집주인은 내가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되도록이면 농장이나 집앞에서 자전거를 세우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이때는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
자전거를 세울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람 또한 거세진다.











저 산이 보기에는 민둥산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나무를 베고 만든 목초지이다. 이렇게 넓은 목초지에 많은
젖소와 양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는다. 그러므로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고기 육질도 좋고, 전세계로 수출도 한다.
당연히 마트에 가면 한국보다 고기값이 많이 싸다.





뉴질랜드의 전형적인 시골 풍경이다.






도로 상태도 않좋고, 바람도 많이 부는데다가 짐이 자전거 뒤쪽에 몰려 있어서 자전거를 타기에는 정말 최악의 조건이다.












농장의 또는 목장의 경계를 표시하는 나무들이다.






주말인데다가 집도 뛰엄 뛰엄 있어 도로에 지나다니는 차가 매우 뜸하다. 이런 곳에서는
낮에도 조심을 해야 한다. 다치거나 위험한 일이 있어서는 안되겟지만 만약 그러한 일이
발생하면 도움을 구하기가 정말 어려운 곳이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마을의 입구 인줄 알고 달렸다.






그러나 마을은 커녕 일방통행의 다리였다. ㅡㅡ;
잠시 쉬어가려 했거늘...
















구름의 움직임을 보니 상당히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바람의 세기 장난이 아니란 것을 알겠다.


















저 나무가 목장 또는 농장의 경계지점에 서 있는데 그 높이가 15~20m 나 되는 큰 나무들이다.






떨어진다. 그러나 아직 해질 시간은 아니다.
아침 7시 30부터 8시간 동안 25Km 정도 왔다. 무릎은 이미 낮부터 좋지 않았고, 앞으로 온거리만큼 더 가야
캠핑장이 나온다. 더욱이 저 앞에 산 하나가 버티고 있다.






업힐은 계속 이어지고 자전거는 끌빠를 해서 올라간다.











산 하나를 넘고나니 다시 환해진다.
















물도 다 떨어져가고, 음식이라곤 비상식량으로 남겨둔 생라면 2개...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생라면 하나를 부셔먹고, 블랜하임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비타민C 3알과 물
한 목음을 마신다.

체력이 점점 고갈되고 있다. 남은거리 20Km 이상 현재시간 3시 39분....






30Km 지점에서 어떤 운전자가 앞으로 20Km 정도만 더 가면 캠핑장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냐고 하면서
나는 내가 갈 곳이 어딘지 지도를 보여주면서 다시 물었다. 자전거로 조금만 가면 나온다고 말하면서
조심히 가라고 한다. 내심 태워주길 바랬으나, 차 뒤자석을 보니 짐으로 가득차 있었다. 고맙다고 하면서
잘 가시라고 하고 난 다시 달렸다. 바람의 세기때문에 죽으라 달렸지만 20Km이 거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조금씩 지쳐가면서 의식도 점차 몽롱해졌다. 말 그대로 마음 따로 몸따로 이다.

오후 4시 30분이 지나면서 해는 산뒤로 점차 모습을 감추고, 길에서 지체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산속에서
밤을 또 한 번 맞이하게 되었다. 일단 날이 어두워져도 도로에서 계속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계속 가야 했다.

6시 30분이 지나면서부터는 도로에 있는 흰색선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해졌다.  소도계를 보니 46Km
지점이었다. 앞으로 6~7Km를 더 가야 하는데, 완전히 어두워져서 자전거 타는건 불가능했다.

오로지 보이는 불빛이라고는 하늘에 떠 있는 별빛이었다. 일단 나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갓길로 자전거를
옮겼고 안전등과 라이트를 깜빡이 모드로 변경했다.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필사?적으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평균적으로 10분에 1~2대 정도 지나갔다.
대여섯대가 지나갔는데 모두 실패했다. 찬 바람이 불어서 페니어에서 겨울잠바를 꺼내입고, 마지막 남은
라면을 깨 먹었다.

1시간정도를 시도한 끝에 히치하이킹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생각끝에
자전거 핸들에 라이트를 달고 일단 자전거를 타고가든, 걸어가든 해서라도 가는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약 5Km 정도 되는 거리를 한시간 동안 걸었다. 이따금씩 지나가는 차가 있었지만 히치하이킹은 하지 안았다.
내딴에는 그냥 지나가는 차가 야속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운전자 입장에서 생각할때 과연 9시가 넘은
한밤중에 산속에서 누군지도 모르고 태워줄 수 있는지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았다. 

9시가 조금 넘어서 속도계를 봤는데 52Km가 되가고 있었다. 그러나 속도계의 숫자가 55Km가 넘을때까지도
캠핑장은 보이지 않았다. 전날 묵었던 펍의 주인아저씨가 다음 캠핑장까지는 70Km를 가야한다고 했었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고 있었다.

완전히 채념한 상태에서 유일하게 나의 친구가 되준 것은 하늘의 별빛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뿐이었다.






그렇게 해서 약 20Km를 5시간 정도를 더 가서 드디어 목적지였던 St. Arnaud가 쓰여진 이정표가 나왔다.
순간 긴장이 풀렸는지, 몸에 힘이 빠지면서 길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렇게 30분정도를 멍하게 안저
있는데, 내 앞에 차가 섰다.

혹시 모를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면서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차안에 있는
사람들은 위험한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다.

차 안에 있는 운전자에게 St. Arnaud까지 가는중인데 앞으로 얼마나 가야 하는지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시계를 보더니 4~5Km 정도만 가면 된다고 했다. 얼마 안남았으니 힘내라고 하면서 떠났다.

5Km의 거리면 밤새 내가 온 속도를 생각해볼때 앞으로 1시간 이상을 더 걸어야 하는데 정말 앞이 캄캄했다.
방법은 없다 그냥 미친척 하고 가는데 까지 가보는 수 밖에...

과연 오늘 안에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행거리 : 66.84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