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네티컷 리스본 ~ 롱아일랜드 와일드우드(8월 24일)
~ 뉴욕 플러싱(8월 25~28일)
아침에 아저씨와 뉴욕까지 가는 루트를 이야기 해봤다. 아저씨에게 바다를 따라서 내려가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치안이 불안한 지역이 많다고 하시면서 롱아일랜드까지 페리를 타고 건너간
다음 퀸즈를 통해서 맨하탄까지 가는게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롱아일랜드까지 직접 데려다 주신다고 했다. 반나절 잡고 자전거 타고 가려 했는데
시간을 벌은 것 같다.
아주머니는 키무를 데리고 애견 테스트에 가시기 위해 일찍 집을 나가셨다고 한다.
키리도 데리고 갈줄 알았는데 집에 남아 있다.
아저씨가 따듯한 커피를 주셔서 마신후 식사를 하였다.
2살짜리 어린 키무는 친해지기가 어려웠는데 의젓한? 키무는 다가가거나 만져도 짖지도
않고 헤어지려니 계속 보고 싶을 것 같다. 올해 7살인데 사람으로 치면 중년 아저씨인데
아푸지 않고 오래오래 키무와 어저씨, 어주머니와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잘 있어 키리"
차에 자전거와 짐을 다 싣고 떠날 준비를 끝냈다.
한시간을 차로 달려서 페리를 탈 수 있는 런던에 도착했다.
아저씨에게 페리 티켓을 살 수 있는 곳을 안내 받고 마지막으로 인사를 했다.
"아저씨 잘 지내시고 안녕히 가세요"
아저씨의 차가 눈에서 사라질때까지 지켜봤다.
롱아일랜드까지 가는 티켓을 구매 했는데 출발시간까지 15분정도 남아있었다.
롱아일랜드까지는 대략 1시간 반정도 걸린다고 했고 조금 있으면 출발하니
서두르라고 했다.
얼마 후면 롱아일랜드에 도착한다. 아직 뉴욕까지는 멀었지만 벌써부터 설레인다.
고등학교때부터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그때 이후 20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꿈에 그리던 뉴욕.... 하루바삐 뉴욕에 가고 싶다.
차 뒤를 따라서 배 안까지 들어갔다.
코네티컷 안녕~~~~~~~
런던항이 시야에서 멀어지면서 지난 3개월동안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좋은곳도 많이 구경했다.
그 모든것들을 이루 헤아릴 수 정도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여행을 또 할거냐 물으면 언제든 "예"라고 답할것이다.
배 안에서 이른 점심식사를 했다.
많이 부족해 보이긴 한데 여행중에 먹는 음식은 모든 맛있다.
롱아일랜드를 중심으로 주변에 있는 작은 섬에 부자들이 많이 산다고 들었다.
멀리서 보아도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몇백만달러(수십억)는 하지 않을까 싶다.
저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대체 누굴까?
선착장이 눈에 보이고
도착!!!!!
빨리 뉴욕까지 가고 싶은 마음에 주위는 대충 훑어보고 출발했다.
고도가 마이너스라고 나오는데 해저면보다 늦은 곳인가 아니면 GPS가 잘못된건가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미국에서 구입한 속도계가 슬슬 맛이 가기 시작했다.
라이딩중 센서와 통신이 안되는지 멈추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며칠만 라이딩 하면 되니 그때까지 장식용으로 그냥 둬야 겠다. ㅡㅡ;
드디어 뉴욕주 입성
한달전에 캐나다를 가는 도중 뉴욕주를 지난적이 있다.
이제는 미국 자전거 횡단의 마지막주로 더 이상 갈 곳은 없다.
맨하탄 구경하면서 잠시 뉴저지를 갈 기회가 있겠지만
아무튼 라이딩 하면서는 마지막 주이다.
지나가는 라이더에게 부탁하여 내생에 기념비적인? 사진 한장을 남겼다.
언제 이런 희열을 또 맛볼 수 있을지 모를 일이지만 그때는 지금과는 또 다를것이다.
고도 "0"
뉴욕을 향해 고고싱!!!
그동안 쌓인 동전을 다 털어서 물과 하드를 구입했다.
도로를 따라 듬성듬성 집들만 있고 마트나 주유소를 찾기 힘들었다.
아침에 아저씨가 구글맵을 통해 알려주신 캠핑장까지 왔는데
그 앞에 가게가 있길래 요리해먹을 수 있는게 있는지 찾아봤지만
빵과 피자밖에 없었다. 피자는 혼자먹기에는 커서 부담이 됐고
빵을 몇개 구입했다.
캠핑장과 가까운 곳인데 캠핑용품이나 해먹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마지막 캠핑이라 뭐든 거하게 해먹을려 했지만 오늘 저녁은 아쉽더라도 빵으로
해결하고 일찍 자기로 했다.
흑흑 ㅠ.ㅠ
와일드 오드 스테이트 파크
마지막 캠핑이라 생각을 하니 못내 아쉽다. 바닥에 텐트를 쳤는데 병조각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아이들도 많이 오는 캠핑장에 관리는 잘 안되는 편인것 같았다.
조심스레 텐트 치는데 방해가 되는것 들을 치우고 쳤다.
백인들만 있을것 같은 캠핑장에 의외로 다양한 인종이 많았다.
백인, 흑인, 동양인, 라틴계까지 다양했다.
이렇게 인종이 다양한 캠핑장은 또 처음이었다. 여지껏 갔던 캠핑장은 백인들이
다수였는데 많이 이런 분위기 많이 생소했다.
아무래도 뉴욕시에서 차로 가까운 곳이기때문에 해외 이주 노동자들이
주말을 맞아 많이 온듯 하다.
캠핑장 입구에서 한국인들도 만났다.
서부지역에서는 새벽에 출발했고 동부로 오면서 점차 늦어졌는데 마지막 라이딩이란
생각이 들어 평소보다 1시간정도 일찍 출발했다.
페니어 안에 들어 있던 각종 음식들을 하나둘 까먹었다.
패달을 밟을때마다 최종 목적지와 가까워 진다는 생각에
설레이기도 했지만 아쉬운 마음도 함께 교차했다.
뉴욕을 가기 위한 5년의 준비 그리고 20년의 기다림...
모든게 내 개인역사의 한순간으로 장식되는 순간이다.
가는 도중 한통의 문자 메시지가 왔다.
미국의 한인커뮤니티 사이트에 서블릿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그글을 보았는지 민박집에서 연락이 왔다.
10일에서 2주정도 뉴욕에서 지낼려고 한국에 있을때부터 서블랫을 알아보기
위에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들락날락 거렸다.
최근 며칠동안에도 계속 글을 올리면서 적당한 곳을 찾았는데
방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서블랫이란게 유학생들이 방학때 잠시 한국에 들어갈때 단기간
거주를 목적으로 방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세를 놓는 것이다.
한인민박집이나 호텔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10일 이상 뉴욕에
오는 여행자들이 이런식으로 많이 구한다.
내가 서블랫이란걸 처음 안것은 5년전이다. 잠시 미국어학연수를 위해
방을 알아보면서 이런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커뮤니티를 통해서 몇몇 유학생들에게 알아봤지만 날짜와 가격이
맞지 않아서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당장 오늘 뉴욕에 가서 잘곳도 없고 막막했다.
웜샤워는 애초부터 구하기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에 제외했었다. 이유는
시카고, 보스턴등 대도시에서 웜샤워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기 대문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돈을 지불하고 장기간 지낼곳을 찾았다.
있을곳을 알아보면서 시간은 어느덧 4시간 가까이 지나가고 있었다.
오래 앉아 있기 미안해서 햄버거를 하나 더 주문했다.
서블랫을 구하기 어렵다고 포기하고 맥도널드를 나오는데 문득 몇시간전에
연락왔던 한인민박집 생각이 나서 연락을 했다.
아주머니와 통화를 하면서 가격도 알아봤는데 내가 생각했던 가격과 비슷하여
일단 더 생각해보고 가면서 다시 연락하겠다고 한후 끊었다.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다시 라이딩을 하는데 중간에 한인식당을
만났다. 이미 배는 불렀고 차라리 여기서 식사하며 정보를 알아볼걸
하면서 후회가 됐다. 맥도널드에서 얼마 되지 않았던 거리였는데 아쉽다.
중간에 더는 안되겠다 싶어서 아주머니에게 간다는 말씀을 드려
오늘은 거기서 자겠다는 확답을 드렸다.
뉴욕과 가까워지면서 점차 한글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인지역이 많이 사는 플러싱의 복잡한 지역을 통과하고 겨우
민박집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셨고 시커멓게 그을린 내 얼굴을 보시자
화들짝 놀라시면서 예전에 자기 아들이 여행 다녀온 후 까맣게 탄 모습으로
집에 온 집에 왔을때가 생각났다고 하셨다.
최종목표인 맨하탄까지 자전거를 타고 못갔지만 오늘은 일단 피곤해서
라이딩을 마무리 했다. 맨하탄의 타임스퀘어 광장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포즈를 취한 다음 사진을 찍는 상상을 하며 3개월을 달려왔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못내 아쉽다.
뉴저지에서 맨하탄으로 들어왔다면 어렵지 않게 목표를 달성했을텐데
교통이 복잡하고 위험지역이 많은 퀸즈지역을 통과후 맨하탄을
가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무튼 뉴욕에 잘 도착했으니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내일부터는 헝그리 뉴요커 생활 ㅋㅋ
뉴욕에서 첫날...... 아직 많이 낮설다. 우선 길어진 머리를 깎기 위해
한인 미용실에 들렀다. 3개월전 미국에 올때 머리손질 하는게 귀찮아서
파마를 하고 왔는데 3개월동안 머리가 많이 자라 있었다.
주변에 온통 한글간판 투성이인데 그야말로 미국속에 작은 한국이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멀리는 못가고 주변만 두리번 거리다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둘째날에는 자전거를 포장전 청소하기 위해서 철물점에 왔다.
미국에서는 철물점을 하드웨어(Hardware)라고 한다. 여행하는 동안
이런 간판을 많이 봤지만 무식하게 컴퓨터 하드웨어 가게인줄만 알았는데
뉴욕와서 철물점이란것을 알았다.
메탈, 철소재를 닦을 수 있다해서 구입했다. 당장 양털유 같은건 구하기 어려우니
대용으로 쓰기에는 충분하다.
철물점을 나와서 대형 한인마트를 찾았다.
플러싱에 사는 한인이라면 대부분 안다는 유명한 마트라고 한다.
자전거 도난을 우려해서 마트 옆에 단디 묶어 두었다.
한국음식을 보는 순간 자제력을 잃고 라면부터 시작해서 무지 많이 구입했다.
아놔~ ㅡㅡ;
과일, 라면, 김치, 햇반, 국 등...
페니어를 가지고 갔으면 들고올 고민 안했을텐데...
그래도 잘 안돌아가는 머리 굴려셔 임시방편 비닐봉지 양쪽을 묶어서
페니어 장착하는식으로 떨어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하면서
민박집까지 왔다.
마트에서 사온 과일... 먹기 좋게 용기에 포장되어 있다.
유학생들을 비롯하여 혼자사는 한인들이 많기에 이런 포장 단위의
음식이 많았다.
셋째날까지도 맨하탄에 못나갔다. 사실 오전에 맨하탄을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 지하철역까지 갔는데 비가 와서 그만 돌아 왔다.
자전거 타고 맨하탄까지 갈 마지막 기회였는데 아쉽다.
기회 봐서 자전거를 빨리 포장이나 해야겠다.
민박집에 돌아와서는 그동안 못한 빨래를 챙겨 빨래방에 왔다.
세탁에서 탈수까지 1시간 반정도 걸렸다.
걸레가 되어버린 운동화를 신고 맨하탄을 돌아다닐순 없으니 저렴한
운동화 구입하기 위해 신발가게에 왔다.
여기도 한인분이 운영하는 가게다.
한국 귀국 할때까지 한달정도 신고 다닐건데 비싼건 필요없었다.
마음에 드는 신발이 보이지 않아 머뭇거렸는데 주인아저씨가
싼 운동화가 있다면서 안쪽에서 한켤레를 들고 오시더니 35$만 내고
가져가라 했는데 그냥저냥 신을만 했다.
신발가게에서 주인아저씨와 이야기 하고 있는데 민박집 아주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잠시 외출하니까 열쇠 두고 갔다라는 전화였다.
뉴욕에 온지 3일동안 결국 맨하탄은 한번도 나가지 못했다.
피같은 돈과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으니 슬프다.
3일동안의 시간을 뉴욕을 보기 위한 워밍업쯤으로 생각하자.
내일은 무슨일이 있어도 꼭 나가리라...........
미국 자전거 횡단에 대한 에필로그는 뉴욕이야기가 끝난 다음 4개월 동안의
여행을 다시 정리하려 합니다. 유럽 자전거 일주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당초 계획이었던 미국 자전거 횡단이라는 목표는 완수 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지만 조금더 생각이 깊었더러면 여행을 더 풍성하게
만들지 수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미국에서 돌아온지 8개월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때 보다 여행에 대한 기억들이
많이 희미해지긴 했지만 여운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음 자전거 여행은 유럽이 될거 같습니다. 그게 언제일지 모르지만...
지금 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려 합니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위해서 글을 이만 줄이겠습니다.
다시 한번 저의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마지막 여행기가 끝날때까지 지켜봐주세요^^
2013.08.29 맨하탄 타임스퀘어
8.24 : 124km(자동차 31km) / 와일드 우드 주립공원 캠핑장
8.25 : 100km / 플러싱 민박집
총 이동거리 : 6,457.8km
※ 미국 자전거 횡단기는 다 끝났고 다음 부터는 뉴욕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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