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전거 횡단 #15 [~29일]
선택이 어려울 때는 자신의 직감(直感)을 믿어라. (콜로라도 스프링스)
윌슨버그 ~ 콜로라도 스프링스 (6월 22일~24일)
걱정과 우려속에 하루를 보냈지만 다행히 아무일 없었다. 때론 선입견이란 나의 생각을
마비 시키고 논리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편견은 깨면 깰수록 생각과 식견은 넓어
지기 마련이다. 여행을 하면서 나의 편견을 하나씩 깨가는 것도 무척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세상은 내가 생각하고 보는 것보다 더 넓고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25번 프리웨이를 타고 북쪽 콜로라도 스프링스까지 올라갈 계획이다. 중간에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 길이 지나는 푸에블로를 지날 것 같다.
한국에서 부터 프리웨이는 절대 자전거는 통행할 수 없다는 생각을 왔는데
콜로라도 스프링스까 가는 25번 프리웨이 외에는 하이웨이 같은 다른 대체
도로가 없다. 만약에 25번 프리웨이를 통행금지 한다면 돌아갈 수 밖에 없어서
어제 25번 프리웨이에 처음 들어섰을때 무척 당황을 했던게 사실이다.
막상 자전거 통행 가능한 안내 표지판을 보니 안심이 된다.
표지판의 그림은 갓길 자전거와 공유하라는 안내이다.
미국 전역에 그물같이 나 있는 프리웨이와 하이웨이 그 밖에 모든 도로는
가로는 짝수번호 세로는 홀수번호 이고 방향이 매우 중요하다. 도로 번호와
방행만 제대로 확인한다면 미국에서 자전거로 여행할때 절대 길잃을 일은 없다.
왼쪽은 로키 산맥 우른쪽은 산이 없는 중부 대평원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경사도가 있고 난 지금 사선으로 남쪽에서 북으로
가고 있다.
어제 밤에만 해도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오늘으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았다.
막힘 없는 프리웨이에 갓길도 넓어서 속도가 잘 나고 있다.
경사가 있는 도로는 그만큼 힘 들이지 않고 도착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할
수 있어 좋다.
프리웨이에서 빠져 나와 주유소에 들렸다. 주유소에서 콜라와 도넛 2개를
구입하여 아침식사로 먹었다.
미국 주유소에 있는 마트는 생활용품부터 시작해서 공구, 생필품, 식코너등 없는게
없을 정도 이다.
푸에블로를 얼마 앞두고 잠시 건너편 주유소에 들려서 간단하게 햄버거 하나를
사먹고 출발했다.
겨우 푸에블로를 빠져 나왔다. 25번 프리웨이가 도시의 중심을 관통하는데
진출입로도 많고 너무 복잡하고 위험하다. 빠져나오는데 정말 힘들었다.
KOA 캠핑장을 보면 이전의 기억 때문에 통과 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두번째 표지판에 있는 캠핑장으로 가기로 했다. 이름을 출구를 외웠다.
혹시 잊어버릴까봐 스마트폰으로 찍기도 했다.
폐가 그러나 문은 굳게 잠겨 있다.
어르신 한분이 닷지 픽업에 카라반을 달고 오르막길을 올라오다가 차가 퍼졌는지
앞 보닛을 열어 놓고 계셨다. 영화처럼 보닛 안에는 괴물같은 엔진이 얹혀져 있을줄
알았지만 지나오면서 보니 옛날 구닥다리 디젤 엔진이 들어 있었다.
닷지 하면 머스탱과 범블비의 변신차인 카마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머슬카이다.
배기량도 크고 힘도 좋아서 미국인들이 많이들 타는 차다.
난 그것을 예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할아버지 차 빨리 고치시고 즐거운 여행 하세요"
어? 아까 안내판 보고 찾아왔는데 이런 캠핑장이 아닌 캠핑카 서비스를 하던
곳이였다. 그렇다면 오늘도 아까 봤던 KOA 캠핑장으로 가야 하나...
주변 캠핑장을 검색 해봤더니 반경 5Km 안에는 여기 밖에 없다. 다음캠핑장은
콜로라도 스프링스를 빠져나가야 있다.
어쨌거나 왔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 자고 가야겠다.
역시 KOA 가격은 무섭다. TAX까지 포함 40$을 넘었다. 돈 더주고
차라리 모텔을 가는게 더 좋을 것 같다.
내가 오늘 배정 받은 곳... 식수와 전기 옵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식수/전기 포함 옵션으로 달라고 했다.
텐트를 치고 나서 라면을 해먹고 쉬고 있는데 옆에 캠핑온 가족분들이
연기가 내쪽으로 가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혹시 저녁식사 함께
하지 않을거냐고 물었다. 부부와 딸셋 개 2마리...
덴버에서 여기 캠핑하러 왔다고 한다. 오랜만에 고기구이도 먹고
즐거운 저녁시간을 함께 보냈다.
좋은 분들 만나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3번째 KOA에서의 캠핑인데
지난번 두랑고 KOA에서는 모기가 눈두덩이를 물어서 며칠을 눈이 부운상태로
여행 하였는데 이번에는 이런 좋은 가족들과 함께 있다.
나쁜일만 있으란 법은 없는 것 같다.
서로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날 전후해서 달이 슈퍼문이었다. 며칠전 이 소식을 듣고 사진을 찍어봤는데
역시 발로 찍는 실력이라 사진이 그지같다.
콜로라도 와서 첫날 순식간에 맞은 소나기 이후로 매일 같이 라이딩하기
괜찮은 날씨의 연속이다.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2주전에는 비도 많이
왔다고 하는데 운이 따르는 것 같다.
떠나기전 그동안 밀린 빨래를 하기 위해 세탁을 했다.
세탁 1.5$ / 건조 : 1$
캠핑장마다 다르긴 하지만 여기는 뉴질랜드 캠핑장보다는 저렴한 것 같다.
프리웨이를 벗어나 하이웨이로 나갔다.
역시 프리웨이보단 하이웨이가 차도 적고 라이딩 하기도 여유롭다.
구글맵을 통해 도시 외각으로 우회해서 가는데 더 멀리 가는 듯 했지만
우선 안전이 최선이니 여유롭게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 주택가
콜로라도 스프링스에는 아주 오래된 주택들이 많다. 이거 보기 위해 오는
여행자들도 있다고 한다.
콜로라도 스프링스 다운타운을 지나가는데 일요일이라서 한적하고 좋다 생각했는데
길가에 홈리스가 너무 많았다. 나한테 해고지는 하지 않겠지 하면서 긴장을 하고
가는데 머리가 주뼛주뼛 슬 지경이었다. 난데없이 누가 날 부른다.
"hay~ you?"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잠시 고개를 돌렸더니 홈리스가 잠깐 서라고 손짓하는 것이다.
겁나서 자전거 패달을 미친듯이 밟았다. 머리 뒤로 계속 나를 부르는 소리는 들렸지만
다행히 따라오진 않았다.
잔득 긴장한 상태에서 콜로라도 스프링스 중심지는 돌아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막바로 덴버로 가기위해 다시 25번 프리웨이를 탔다.
그런데 이건 왠걸... 어제 푸에블로 보다 더 복잡했다.
더 가다간 정신이 피폐해질 것 같아 다시 빠져 나와버렸다.
오늘 덴버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 같고 일단 콜로라도 스프링스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프리웨이가 아닌 다른 길로 가야 하는데 길도 복잡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그렇게 해서 30분을 더 라이딩을 하다가 주유소를 발견해서 잠깐 쉬기로 했다.
처음에 영어로 계산해 달라고 했는데 주인 아저씨 얼굴을 보니 한국분이시다.
이런 이렇게 반가울 수가 한국에서 여행왔다니까 아저씨가 무척 놀래신다.
더욱이 LA에서 자전거 타고 여행왔다니까 더 놀래신다.
아저씨와 한참을 이야기 하다 고른 물건을 매대에 올려놨는데 아저씨가 계산 안할테니
그냥 가져가란다. 작은 액수긴 했지만 그래도 그냥 받기에는 도리가 아닌것 같아서
돈을 재차 내려 했지만 아저씨는 한사코 돈을 받지 않으시겠다고 했다.
아저씨에게 이건 고맙게 먹겠습니다. 하고 제가 필요한 물건은 돈을 내고 구입하겠습니다.
하고 밀티슈와 이것저것 추가적으로 선택한 것은 돈을 지불했다.
아저씨에게 이 근처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모텔이나 음식점등이 있나 물어봤는데
30분 거리에 한국분이 운영하는 모텔이 있다고 하신다. 몇개 되는데 그중에 깨끗한
곳을 추천해 주셨다. 내가 여기 이틀정도 머물려고 한다니까 내일 저녁은 우리집에
와서 식사하라고 했다. 알겠다고 말씀드렸고 바로 그 모텔로 출발했다.
한국분이 운영하는 모텔은 내가 지나왔던 길에 위치해 있어 어디인지 쉽게 찾아갔다.
모텔에 가서 이틀간의 숙박비용을 지불하고 나서 방안에 짐을 풀었더니
한국인 사장님이 직접 라면을 끓여다 주셨다.
밥과 라면에 김치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메뉴지만
미국에서는 한국인이 많은 도시 외에는 접하기 힘들다.
한국인의 정은 세계 어디를 가든 똑같은 것 같다.
모텔에서 일하는 직원인데 내 카메라를 보자 설정값을 조작하더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100% 알아들을 수 없지만 카메라 용어를 이야기 하는데 초보는 아닌듯 보였다.
내게 콜로라도 스프링스 여행할 수 있는 곳 여기저기를 알려주기도 했다.
모텔에 간날 운이 좋게 류현진 선발경기를 tv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어제 갔던 한국분이 운영하시는 주유소에 오늘 저녁식사에 초대해 주신다 해서 찾아갔다.
점심으로 한식당에 가서 김치찌개를 먹은 다음 저녁식사에 갈 예정이었다.
어제 아저씨의 아버지 되시는 분이고 오른쪽은 부인 되시는 분이다.
어제 아저씨가 집에 가서 내 얘기를 하셨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한국 충남 계룡대에 사시는데 귀국하면 꼭 자기집에 오라고
연락처까지 주셨다.
아저씨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한참을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아저씨는 오늘 오지 않으신단다.
어제 초대해 주시겠다고 왔는데 아주머니는 모르시는 듯 보였다.
그래서 그냥 인사만 하고 떠나면서 혹시 근처 한인마트 가면
한국라면을 살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셨다. 이어서 파는건 아니고
가져다 놓고 이따금씩 먹는 출출할때 드시는 컵라면이 좀 있다고 하시면서
4개를 챙겨 주셨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할아버지와 한국에서 뵙겠다는 약속을 하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한식당으로
출발했따.
"김밥"
"산장 코리안 레스토랑"
김밥과 김치찌개에 밥까지 배터지게 먹었다. 타국에서 한국음식을 보면 이상하게도
절제가 안된다. 매번 배가 불러 터지던 말던 막 먹는다.
반찬도 푸짐했다.
아주머니께 한국에서 왔고 LA에서 여기까지 왔다며 말씀드리니 어제 주유소 아저씨처럼
많이 놀래셨다. 나이는 몇살이며 결혼은 했는지 물어보시는데 아직 미혼이라 했더니
"그래 한살이라도 젋을때 또 결혼 안했을때 이렇게 돌아다니고 하지"
하시면서 여행 잘 하라고 하신다.
처음 주문할때 추가적으로 "김밥 1개는 따로 포장해 주세요" 라고 했다.
식당 주인 아저씨인데 젊었을때 운동께나 하셧던 분인것 같다. 내가 자전거를
탄다고 하니 얼마전 산악자전거틀 타다가 인대파열로 수술까지 하셨다고 하면서
내게 미국은 전세계에서 곳이니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고 하시면서
부모님처럼 조심 또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간만에 먹는 한국음식 가격이 부담은 되긴 했지만 언제 또 먹겠어라는 생각으로
모처럼 내 몸이 호강을 했다.
"안녕히 계세요 사장님^^"
선택의 어려움에 처했을때 자신의 직감을 믿어야 한다. 즉 마음 가는데로 말이다.
그러면 우연한 곳에서 생각하지 못한 만남과 즐거움이 있을 수 있다.
최고일 수는 없지만 최선이 존재하니 노여워 하거나 슬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6.22 : 136km / 콜로라도 스프링스 KOA 캠핑장
6.23 : 39.9km / Super 8 모텔
6.24 : 26.7km / Super 8 모텔
총 이동거리 : 1,497.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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