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전거 횡단 #17 [~33일]
캔사스에서 받은 한국인의 따듯한 정 (콜비, 프레리도그 주립공원)
굿랜드 ~ 콜비(6월 27일) ~ 프레리도그 주립공원(6월 28일)
지난 이틀동안의 실수를 반복 하지 않기 위해 오늘은 날이 밝자 득달같이 일어났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하루일정을 빨리 진행하면 낫지
않을까 싶어서 평소보다 빨리 일어났다.
프리웨이 주변에는 캠핑장 및 주유소, 모텔, 식당 정보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많이 있어
좋다. 그러나 어제이후 6번째 주 캔사스에 들어왔기 때문에 더이상은 프리웨이에서 자전거를
탈 수 없다. 그러므로 스마트폰의 지도를 더 많이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제 날이 어두워질때쯤 캠핑장에 도착해서 장소를 물색하다 보니 컴컴한 가운데 텐트를
쳤다. 쥐구멍이나 나뭇가지가 있는곳, 땅이 고르지 못하고 움푹 파인 곳등 텐트를 칠때는
바닥을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밤에 잘때 잠을 불편하게 잘 수 있기때문이다.
물론 메트리스는 괜찮은 것 가져왔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바닥부터 평평하면 그만큼
좋은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어제 저녁에 텐트를 치고 잃어버린게 하나 있다. 캠핑비를 카드로 지불하려니 현금으로
내면 1~2불 깎아준다고 해서 페니어 깊숙한 곳에 넣어둔 비상금을 꺼내는 과정에서 잠시
선글라스를 페니어 위에다 올려놓았고 계산을 한후 캠핑장 안쪽으로 이동하는 사이에
선글라스가 어딘가 바닥에 떨어졌던 것이다. 왔던 동선을 따라 한참을 찾았지만 깜깜해
져서 다음날 찾기로 하고 포기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어제 왔던 동선을 다시 찾아봤지만
선글라스는 온데간데 없었다. 벌써 2번째... 구입한 선글라스를 잃어 버렸다.
처음에 미국 올때 한국에서 사용하던 고글을 가져왔지만 LA 쇼핑타운에서 고글이 싸서
구입했고 가지고 있던 것은 다시 한국으로 보냈었다. 그 이후 플라그스타프에서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분실했었다. 그리고 어제 2번째...
뜨거운 햇볕에 맨눈으로 라이딩 할 순 없고 해서 월마트에서 임시로 싼것으로 하나 구입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맥도널드에 와서 아침을 먹었다.
캠핑장 옆에 있는 마트에서 1.5불짜리 햄버거를 먹었기에 맥도널드에서는 가장
작은 맥모닝을 하나 주문했다.
먹고 보니 뭔가 부족하다. 그래서 런치BLT를 하나 더 주문 했다.
식사를 하고 나서 먹은 것을 정리한 후 음료수를 리필하는데 어떤 분이 나에게
"한국분이세요?"
"네 맞습니다. 한국에서 자전거 여행 왔어요"
"LA에서 뉴욕 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주머니는 현재 시카고에서 사시고 텍사스에 아들을 보러 가시는 중이라고 하셨다.
혹시 시카고에 오거든 연락해라 하면서 연락처를 주셨다. 아들을 본후 시카고에는
7월 20일쯤 도착할 거라고... 하시면서 막 떠나시려고 하는데...
"잠깐 사진 한창 찍어드릴께요"라고 하니까 아주머니가 잠깐 기다리라고 하시면서
잠시 뒤 다시 돌아오셨다.
자전거를 배경으로 해서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어정쩡하게 사진이 찍혔다.
그리고 내게 40$불을 건내 주셨다. 처음에는 한사코 거절을 했지만
같은 한국사람이 타지에 와서 훌륭한?일을 한다 하시면서 내게 가다가
점심이라도 사먹으로고 하셨다. 더 이상 뿌리치면 안될 것 같아 감사히
잘 쓰겠다 말씀드리고 받았다.
아주머니께서 너무 날짜 맞추면서까지 오지 않아도 되니까 만약 자기가 시카고에 있을때
맞춰서 오거든 꼭 전화 연락 하라고 하시면서 자리를 뜨셨다.
유타에서도 내 태극기를 보고 한국유학생이 되돌아 와서 맥주 캔 하나를 주고 떠났는데
한국인도 드문 미국 캔사스 땅에서 이렇게 한국인을 만났고 또 따스한 정까지 받게 됐다.
태극기를 달고 다니는건 내가 중국이나 일본인이 아닌 한국사람 인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가끔 태극기를 못 알아보고 여전히 중국 또는 일본국적인지 물어보긴 하지만 태극기를
달니면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더 많기에 달고 다닌다.
프리웨이가 달리기에는 위험하긴 하지만 도로포장도 양호해서 라이딩 조건은
최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프리웨이가 아닌 하이웨이에서 달려야 한다. 도로 관리를
안하다 보니 상태는 엉망이지다. 하지만 차들이 많지 않아 한결 안전하고 여유롭게
다닐수 있어 좋다.
가도 가도 매일 똑같은 풍경만 나오니 조금씩 지겨워 지는데 아직도 2주 이상을 더
라이딩을 해야 벗어날 수 있다.
하이웨이를 지나면서 띄엄띄엄 있는 마을을 지나치지만 구멍가게 하나 조차 없다.
더울때 유일한 낙인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도 지금은 그저 희망사항이다.
프리웨이를 벗어나 한적한 하이웨이를 지나니 길가에 물건 살만한 마트가 전혀 없다.
DSLR로 셀카놀이를 하다가 한손으로 드니까 무거웠다. 그래서 아이폰으로
뒤통수를 찍기도 했다.
자전거가 넘어졌지만 다행히 GPS는 문제 없었는데 속도계 액정에 커다란 스크래치가
발생했다. 바람이 강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자전거까지 쓰러질거란 생각은 못했다.
자전거 다시 일으켜 세우고 오늘 갈 목적지는 콜비(Colby)를 검색해봤더니
38km 정도 남았다.
평소 안하던 짓을 하더니 이런 사단이 났네 ㅠ.ㅠ
자전거가 넘어지니까 속이 쓰리다.
지금은 거이 사용하지 않는 24번 프리웨이 옛길인데 어제 타고 왔던 70번 프리웨이가
대신 하고 있다. 24번 옛길은 타운과 타운을 잇는 도로 역활만 한다.
유타에서 봤던 석유 시추기가 캔사스에도 있네...
계속 평지만 나오다 보니 계속 패달을 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전거가 나가질 않는다.
당연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적당히 내리막길도 있어야 재미있고 심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맞바람마저 분다면 체력소모가 빠르고 쉬게 되는 시간이 많게 돼 평소와
같은 거리라도 체력소모가 심해진다.
쉬고 있을때 지나가는 차들이 응원 해주기도 하고 어떤분은 문제가 있냐고 물으면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차를 세운다. 특별히 문제가 없으면 괜찮다고 하고 차를
보내는데 어떤 때는 그냥 보낸게 후회가 들기도 했다.
텐트를 치고 안에서 꼼지락 거리다가 샤워와 세탁을 했더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다.
사방이 온통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컴컴해 졌는데 그냥 잘까하다가
라면 생각이 나서 끓여 먹었는데 풀벌레소리에 낮에 불던 바람은 밤이 되자
더 새차게 불었다. 여름인데도 먹는동안 내내 추울지경이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라이딩 코스를 수정하였다. 당초 캔사스시티로 가려 했던것을 맞바람을 피하기
위해 위쪽 네브라스카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는 방향에 프레리도그 주립공원 있는데 여기는 일반 RV 파크같은 사설 캠핑장보다
시설도 괜찮고 가격도 저렴하다 편차는 있지만 5$에서 많게는 10$정도까지 저렴하다.
프레리도그 주립공원은 노턴가기 전에 있다. 노턴까지 65마일(104km)쯤 되니까 주립공원
까지는 100km 정도 될 듯 하다. 콜로라도 넘어온 다음 부터는 하루 라이딩 거리가 늘어서
그리 부담스럽진 않은 거리다.
1km를 가도, 3km를 가도 또 5km를 가도 똑같음... 우리나라에서는 평생 볼 수도 없는
끝도 없는 지평선인데 며칠째 보고 있으니 멘붕 올 지경이다.
거대한 풍력 발전 설비가 왕복 2차선을 다 치지하고 지나간다. 한시간에 한대꼴로 지나가는데
근처에 발전설비 공장이 있는것 같다. 풍력발전기 날개인데 길이가 20m쯤 됐다. 앞에서는
앞, 뒤로는 안전을 위해 사이드카가 1대씩 경광등 키고 간다.
2km 전방에서 부터 오고 있는 것을 보고 도로 바깥쪽으로 붙어서 트럭이 지나갈때까지
기다렸다. 어제 월마트에서 사둔 사과를 꺼내어 간식으로 먹고 물도 마시면서 수분도
함께 공급해 준다.
긴 수차를 뉴질랜드에서도 보긴 했는데 미 중부 평원에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새발에
피일정도로 길다. 그리고 GPS 수신기가 달려서 위성에 신호에 의해 유도(誘導)된다.
땅덩어리도 크니까 그 넓은 농장에 물을 주려니 물 뿌리는 기계의 규모도 상상 이상이다.
가뭄에 단비처럼 나타난 주유소, 보는 순간 미소가 절로 났다.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잠시 쉬었다 가자고 생각한 다음 주유소 가까이 갔는데 이상하게 아무 인기척도 없다.
분명 안쪽으로는 사람이 사는 마일이 존재하는데도 주유소 마트 안에는 사람도 없고
문도 잠겨 있었다.
창문 너머로 안을 들여다 보니 휴무 상태였다. 장사가 안되니 문을 닫은 듯 보였다.
간만에 좋았는데 상실감이 크다. ㅠ.ㅠ
해마다 미국 중부에는 엄청난 수의 토네이도가 불어서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많다는 뉴스
를 봤었는데 캔사스 들어와서 그런 위험이 내게도 닥칠까봐 걱정을 했다.
그러던중 하늘을 올려다 보니까 와류형태의 구름이 보였는데 혹시나 토네이도의 전조현상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방이 탁트인 곳에서 토네이도가 많이 발생한다는데, 일단
여기를 빨리 벗어냐야 겠다는 생각으로 패달을 힘차게 밟았다.
아까보다 규모가 점점 더 커지는 듯 했다. 구름이 오른편으로 이동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데 다행히 나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 했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뜨끔 했었다.
또 다른 타운에 들어왔는데 여기도 마트는 커녕 아무것도 없었다.
덥기도 해서 도로옆 작은 공원이 있길래 빵이나 먹을까 해서 들어왔다.
화장실도 있고 전기콘센트도 있어서 하루 야영하기에는 적격인 장소다.
그러나 아직 점심때도 안된 시간이라 날이 어두워질때까지 있기에는
그래서 빵만 먹고 떠났다.
LA를 떠난지 3주가 다 되어 가는데 콜로라도 초입에서 지나가는 소나기를 딱 한번
맞았을뿐 큰비는 오지 않았다. 날씨가 좋아서 라이딩 하기에는 좋긴 하지만 상당기간
비가 오지 않은 듯 했다. 2주전에는 콜로라도 지역에 비가 오긴 했지만 지역에 따라
오지 않은 지역도 많다고 들었는데 농장을 보니 다 말라 죽었다.
아직 해가 지려면 2시간 넘게 남았는데 갑자기 구름이 태양을 가려서 어두워졌다.
반가운 캠핑장 안내판!^^
다행히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했다. 실제 캠핑장까지는 3km를 더 들어가야 했다.
캠핑장 입구에 갔는데 사무실 문은 닫혀 있어서 안내문에 쓰여진데로 캠핑비는 봉투에
담아서 비치된 함에 넣었다. 가격은 텐트만 칠경우는 20불이고 전기와 물을 사용할때는
옵션이 붙어서 더 내야 한다. 화장실과 샤워시설은 따로 있고 전기는 필요 없어서
20불만 담아서 넣었다.
보통 국입/주립공원은 미리 예약하고 와야 하는데 나같은 경우는 하루전날이나 당일에
가는 거리에 따라서 숙소와 캠핑장을 결정한다. 그렇기에 캠핑장 안에 들어가서
내가 텐트 칠 곳을 확인해보니 다 예약 표시가 되어 있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셀프로 캠핑비를 넣고 왔다고 하면서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고 도움을 구했다.
다행히 캠핑장 호스트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어서 텐트를 칠 수 있었는데
캠핑장 호스트가 내 캠핑비 영수증을 보더니 5$을 돌려주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텐트만 칠거면 15$이라고 했다. 아무튼 날이 어두워져서 텐트를 치는데
애를 먹고 있던중 옆에서 캠핑을 하던 분이 팩 박는데 사용하는 망치와 라이트를
가져와 비추며 텐트를 치는데 도와 주었다.
때마침 내가 온 날이 금요일 저녁 주말이라서 가족단위로 캠핑온 사람들이 많았다.
캠핑장소 찾느라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 몸은 이미 천근만근이 되서
샤워만 하고 식사는 빵으로 해결하고 빨리 잤다.
6.27 : 68.7km / WHISTEL STOP RV 캠핑장
6.28 : 126km / 프레리도그 주립공원(PRAIRIE DOG STATE PARK) 캠핑장
총 이동거리 : 2,010.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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