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전거 횡단 #19 [~36일]
캠핑장 좋거나 나쁘거나
알마 ~ 홀드렛지(6월 30일) ~ 헤이스팅스(7월 01일)
5시 50분에서 6시 사이에는 자동적으로 눈이 떠진다. 자전거 여행하면서 여유를 찾는 다지만
새벽에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왠지 늦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여름에는 늦게 출발하면
그만큼 더위에 고생을 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한다.
미국에 온지는 한달이 넘었지만 자전거 여행 시작한지는 3주정도 넘어가고 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길지 아무튼 그러기를 희망해 본다.
출발전 어제 저녁에 내게 와서 인사를 건내준 꼬마와 할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캠핑장을 떠났다.
아침식사를 하지 않아서 알마를 떠나기전 주유소 마트에 들러서 도너츠와 햄버거를 먹었다.
주유소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항상 나를 보면 신기하게 처다보거나 어디까지 가는지 어디서 왔는지등
다양한 질문을 한다. 그럴때면 짧은 영어로 설명을 하지만 그저 단어의 조합수준이다. 자세히 말해주고
싶어도 언제나 그렇듯 머리속에서 문법과 단어가 혼재되어 머리는 멍해지고 말은 버벅되며 꼬인다.
그래도 손짓 발짓 하면 어느정도 알아들으니 내 얘기를 듣고 나서는 응원과 격려의 말을 해준다.
이런 사람들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하루하루 100km씩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다.
오늘은 평소보다 거리를 단축하여 홀드랫지까지 갈예정이다. 거리는 24마일 약 40km인데
여유로운 라이딩을 하려고 한다.
캔사스에서는 옥수수밭만 봐왔는데 네브라스카에 오니까 밭의 색깔이 다채로워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여행은 "미국 자전거 횡단"인데 오늘은 북쪽으로 올라가니 "종단"이 되버렸다.
갈 거리도 짧으니 휴식도 자주 갖고 스트래칭도 해본다.
오늘은 크게 무리 하지 않을 생각인데 갑자기 종아리에 시큰한 느낌이 왔다. 아무래도 지난주부터 이번주까지
많은 거리를 이동해서 몸에 부하가 걸린 것 같다. 잠시 스트래칭도 하고 맨소래담을 종아리에 두루 발라주었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가 몸에 이상을 느끼면 항상 지난 여행때 좋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무릎이 좋지
않은 과정에서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을 갔는데 여행 내내 계속 문제가 생겼던 적이 었었다. 그 후부터는
자전거 탈때는 몸에 이상이 생기기전 스트래칭을 하거나 무리를 하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다.
http://www.taedi.kr/565
긴장을 풀면서 스트래칭도 하고 쉬니까 종아리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뉴질랜드 여행이후 절치 부심하면서 준비했던 미국 여행인데 만약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될런지 암담할 뻔했다.
홀드렛지(Holdrege)까지는 굴곡없이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데 가는동안 굉장히 심심함을 느낀다.
우리나라서는 생소한데 미국 중부에서는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다. 느린 속도로 균일하게 물뿌리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 크기에 압도를 당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거대한 기계는 GPS로 컨트롤 되는것 같은데 땅이 크니까 농사를 짓기
위해선 반드시 사용할 수 밖에 없구나란 생각이 든다.
알마에서 출발할때부터 느끼지 못할 정도의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잘 느낄 수 없지만
GPS 고도가 일정하게 상승하는 것을 보니 캔사스 보다는 지대가 높은 것같다.
어느때부터 먹기 시작했는데 라이딩중 쉬면서 간식거리로 먹기에는 좋은 것 같다. 약간의 포만감도
느낄 수 있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천천히 라이딩을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왔는데 벌써 15마일 이상을 왔다. 빨리가면 12시 전에도
도착할 수 있는
나름 느긋하게 가고 있는데 갓길에서 복병을 만났다. 10~15초 마다 바퀴가 벌어진 틈으로
들어가는데 반복적으로 꿀렁꿀렁한 느낌을 받는다. 왠만큼 벌어졌으면 참고 가겠는데
이거 은근히 사람 시험하는 것 같다. 어디까지 이어질지...
짜증은 둘째치고 갈라진 틈으로 바퀴가 들어갔다 나오면서 엉덩이에 반복적으로
충격을 주는데 은근 스트레스가 쌓인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라면중 그나마 먹을만한 Top Ramen, 닭고기 맛이라고 하는데
한국라면이 없을때는 대체용으로 끓여먹기도 한다. 또 가끔은 간식거리가 떨어질 경우
뿌셔서 먹기도 한다. 일본 기린사에서 미국에 공장을 지어 현지생산을 하는 라면이다.
라면을 뿌셔먹고 있는데 멀리서 한 라이더가 온다.
라이더 : "어디까지 가세요?"
나 : "저는 오늘 홀드렛지까지 갑니다. 거기서 자고 내일은 헤이스팅스까지 갑니다."
라이더 : "나도 홀드렛지까지 가는데 여기서 멀지 않아요."
나 : "감사합니다."
라이더 : "오늘은 어디서 출발했나요?"
나 : "알마에서 출발했습니다."
라이더 : "(속도계를 보여주면서) 난 오늘 40마일 탔어요"
나 : "저는 30마일 정도 탄것 같습니다."
라이더 : "그럼 여행 잘 하고 행운을 빌어요"
나 : "감사합니다. 잘 가세요"
여행용 자전거에 타이어도 굵은것을 사용하는 난 힘들게 가는데 미국인 라이더는 로드에 얇은 타이어
임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라이딩 하는 듯 보였다. 라이더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난 출발을 했다.
도시로 연결되는 도로의 시작을 알리는 간판아래 캠핑장을 알리는 안내판이 같이 붙어 있다.
미국에는 밤에 돌아다니면서 표지판등에 총질을 한다는데 사진에서만 봤던 총알자국을
실제 두눈으로 확인하니 정말 사실이었구나란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여행하면서 총소리는
들어본적이 없는데 저 총알자국을 보니 등꼴이 서늘해지는 감이 느껴진다.
도시 초입에 캠핑장이 있어서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캠핑장 규모가 상당히 작았다. 관리하는 사람도 안보이고 캠핑하는 차는 딱 2대였고
사방이 탁 트여 있어서 텐트를 치기에 괜찮을까란 생각마저 들었다.
안내문을 읽다보니 "PAD FOR CAMPERS ONLY (NO TENTS)" 라고 쓰여져 있는것을
볼 수 있었는데 "PAD"라는 것을 보니 덥개가 있는 즉 캠핑카 전용인것 같았다.
"NO TENTS"를 보니 더욱 명확해졌다. 나는 안된다는것...
퍼블릭 캠핑이라고 돼 있긴 하지만 텐트는 안되는 제한이 많은 캠핑장이었다. 또
캠핑장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상당히 부족해 보였다.
"NO TENTS"라는 글귀에 바로 캠핑을 포기하고 다시 주변 캠핑장을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그랬더니 다른 캠핑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되었다. 다른 캠핑장을 간다는 것은 무리일 것 같고
우선 시내로 들어가 모텔에 가기로 결정했다.
모텔비가 55불인데 흥정?을 했지만 정찰제라고 통하지는 않았다. 사실 가맹점 모텔에
비해 그리 비싼편은 아니였지만 자전거 여행자인 나에게는 과도한 지출이었다
그래도 캠핑장이나 잘 곳을 선택할때 예감이 좋지 않다면 빨리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데
모텔에 온것은 잘한것 같다.
아직 체크아웃 시간은 한참 남았는데 옆방에서는 청소기 돌리는 소리가 났고 이어서
내가 묵는 방도 노크를 하는데 체크아웃 시간을 퉁명스럽게 알려주는 목소리가 밖에서 들였다.
자기들 청소해야 하니까 빨리 나가란 소리로 들였다. 어차피 늦으면 날씨가 더워지는 통에
라이딩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아침 7시 전후로 모텔을 나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짜증까지는 아니지만 돈 내고 체크 아웃 되기 전까지 내가 있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나가라고 하니까 순간 화가 났던게 사실이다.
키를 반납하러 사무실에 들어갔는데 덩치 큰 검은색 레브라도 리트리버 한마리가
내게 다가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데 이놈을 본 순간 웃음이 절로 났고
났던 화도 수구러졌다.
어제는 알마에서 북쪽으로 올라왔고 오늘은 헤이스팅스까지 가는데 다시 동쪽방향이다.
어제보다는 바람의 영향을 덜 받을 것 같다.
오늘도 아침에 휴게소에 들려서 고기가 들어간 센드위치와 콜라로 아침식사를 했다.
헤이스팅스까지 47마일...
일단 물로 대충 씻고 껍질은 그냥 먹는다. 사과는 껍질채로 먹어야 맛있는것 같다.
농약성분 때문에 꺼림직 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사과는 깎지 않고 먹는게 나는 괜찮다.
캔사스보다는 라이딩을 하면서 지루함은 많이 없어졌다. 타운이나 도시도 자주 나타났고
길가에 나무도 제법 있었다.
자주 먹는 또하나의 간식거리 "오레오", 우리나라 처럼 소량 포장이 아닌 벌크 형식으로
되어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맛은 미국것이 더 단것 같다. 뜯기에도 용이하고 붙였다 뗄수
있게 되어 있어 뒀다 먹을 수 있도록 손잡이에 끈기(接着)가 있다.
동쪽으로 갈 수록 고도가 내려간다는 생각을 하면서 별 의식하지 않았는데 벌써 1,000m
아래로 떨어졌다.
멀리서는 아지랭이가 피어오르고 작게 보이는 건물은 거리가 좁혀지면서 건물이 점점 커진다.
흡사 컴퓨터 3D 그래픽안에 들어와 가상의 공간을 이동해 가는 착각이 든다.
평평한 대지에 앞만 보고 가면 가도가도 끝이 없지만 반대로 뒤를 돌아보면 지평선 끝부터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을 느낀다.
언제나 그렇듯 도로 위에 있으면 난 또 혼자가 된다.
혼자가 된다는 생각을 하니 자전거 여행이 마치 우리 인생과 비슷한 것 같다.
이 도로처럼 거침없이 막힘이 없는 탄탄대로가 있는가 하면 라이딩을 방해하는
도로위에 놓여진 온갖 장애물을 만날 수도 있다.
어제 저녁 모텔에 짐을 푼다음 마트의 제빵코너에서 산 도너츠인데 양이 꽤 많다.
헤이스팅스... 신기하게도 여기 표지판에는 도시 인구까지 표시되어 있다.
인구는 24,907명
헤이스팅스에도 시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 있는데 규모가 어제 올드랫지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컸다. 캠핑장은 물론이고 체육시설에 경마장까지 자리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캠핑비가 5$
이라는 것과 전기와 물 그리고 샤워까지 모두 무료였다.
캠핑장이 모두 이런곳만 존재한다면 자전거 여행 다닐맛 나겠는데 희망사항일뿐, 아무튼
오랜만에 쾌재를 불렀다.
올레~
6.30 : 46km / Plains Motel
7.01 : 89.5km / ADAMS COUNTY FAIRGROUNDS
총 이동거리 : 2,221.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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