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전거 횡단 #28 [~54일]
시카고 탈출
시카고 ~ 시카고(7월 18일) ~ 미시간 시티(인디애나)(7월 19일)
시카고에서 이틀동안 즐겁게 보내다 간다. 우리나라 음식도 많이 먹고 시카고의
유명한 관광명소도 두루 둘러봤다. 오늘 시카고를 떠나기전 할일이 있는데 다 하고
난 다음 시카고를 빠져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카메라와 일부 물건을 한국으로 택배 보내야 하고, 자전거 샵에 들러서 장갑도 사야
하고 어제 오라던 한인식당도 가야 한다. 택배는 꼭 보내야 하는데 한인식당은 안가도
되긴 하지만 조금 고민이 된다.
유학생 출근시간에 맞춰서 채비를 하고 나왔다. 이틀전에 인사드렸던 한인세탁소에
가서 간다는 말씀도 드리고 유학생과도 마지막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아직 시간도 이르고 뭐부터 해야할지 고민 하던차에 미시간 호수까지 나왔다.
미국 우체국(USPS) 열려면 아직 한시간 넘게 남았는데 뭐를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까...
자전거 도로를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시카고 사람들은 참으로 축복받은
도시에 살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멋있는 호수와 하늘을 찌를듯한 스카이라인
그리고 잘 갖춰진 시민 문화공간까지 그저 부럽기만 하다.
라이딩할때 끼는 반장갑이 누더기가 되어 어제 왔던 샵에 다시 왔다.
샵 주인과 잠시 자전거 여행 이야기를 했는데 본인도 집에 여행용 자전거
가 있다고 하면서 쇼윈도 밖에 내 자전거를 보더니 내꺼 맞냐고 물어본다.
그렇다라고 대답한후 현재 뉴욕까지 가고 있는 중이라 했다.
잠시 샵 내부를 찍어도 되는지 허락을 받고 찍는데 가민 엣지를 보니까
머리위에서 지름신이 왔다 갔다 했다. 작년에 팔아 버렸지만 다시 생각이
났다. 연이어서 속도계에 문제가 생겼던게 잠깐 지름신이 온듯 하다.
겨우 지름신을 이겨냈다.
샵에 MTB, 로드, 픽시, 투어링, 싱글기어등 종류가 다양하게 있는것에 놀랐다.
샵에서 나와 우체국(USPS:US Postal Service)에 가야 하는데 우선 가까운 곳이 있는지
구글맵으로 검색해 봤다. 이틀전에 한국음식 퓨전식당에 가면서 미리 봐 두었던 우체국에
갔으면 편했을텐데 샵 근처에 있는 것을 지나쳐서 UPS(United Parcel Service)에 갔다.
UPS는 세계적 운송업체인데 카메라가 고가라 안전하고 빠르게 갈 수 있을까란 생각으로
갔는데 배송비가 비싸서 잠시 고민하다가 나왔고 자전거샵 근처에 있는 우체국으로 되돌아와
DLSR 카메라와 쓰임새가 적었던 물건들을 포장해서 보냈다. 동부로 넘어오면서 위험한 곳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위험을 대비해서 고가의 물건에 대한 분실, 도난등을
피하기 위해 자구책으로 택배를 생각했다. 후회도 되긴 하지만 한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식당 아저머니에게 간다는 약속은 했지만 괜히 민폐가 될 것 같아서 오지 않으려
했지만 그래도 약속을 했는데 오는게 도리일 것 같아서 다시 한인식당을 찾았다.
아주머니가 어서 잘 왔다고 하시면서 맛있게 비빔밥을 해주셨다.
비빔밥 해주신것 만으로도 감사한데 부침개를 했다며 한번 먹어보라고 가져다 주셨다.
아주머니에게 잘 먹었다고 말씀 드린후 시계를 보니 이미 시간이 12시 가까이 되 있었다.
부지런히 나와서 시카고 남부를 해가 지기 전까지 빠져 나가야 하는데 걱정이 많이 들었다.
시카고 남부는 미국에서 치안이 가장 불안한 곳중 한곳이며 대표적인 흑인 밀집 지역이다.
내가 이틀동안 있었던 지역은 시카고 북부지역으로 백인 부유층들이 많이 살고 있어 치안도
매우 안전하고 사회 기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반면에 시카고 남부는 북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범죄율도 높고 경찰들도
꺼려 하는 지역이다. 시카고 북부에서 미시간호수의 자전거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그리 위험하지 않게 빠져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건 내 생각일뿐이었다.
자전거 트레일이 계속 이어질줄 알았는데 미시간 호수를 끼고 이어지다가 시내로
접어들더니 갑자기 뚝 끊기고 말았다. 구글맵을 찾아봐도 정확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도 모른다라는 대답 뿐이었다.
어찌어찌 해서 시카고 남부를 빠져나와서 인디애나 경계까지 왔지만 인디애나 서북쪽
지역도 그리 안전한 지역은 아닌것 같았고 계속 가다가는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아서
4시 반쯤 시카가로 되돌아 가자는 결정을 내렸다. 시카고 남부 인구밀집 지역을 지날때
소감은 도로는 곳곳에 파인곳이 많고 기반시설은 낡고 오래되어 관리가 잘 되지 않는것
같았다. 소화전은 터져서 분수처럼 뿜어졌고 쏟아져 나온 물은 곳곳에 한강을 이루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분수가 된 소화전 근처에서 물을 맞아가며
놀고 있었다. 시카고 북부의 부유한 지역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겉보습만 보고 그 들의 삶을 외국인인 내가 단적으로 판단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삶을 판단하는 기준이 돈으로만 따질 수도 없는 것이고 객관적인 수치도 아니기 때문에
나의 개인적은 생각은 그저 겉으로 본 그들의 모습일 뿐이다.
왔던 길을 되돌아 다리가 터질정도로 시카고 북부지역까지 해가 지기전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번화가가 아닌 주택지역에서 모텔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 구글맵으로 검색해서
찾아간 곳은 이미 닫은지 오래고 또 어떤곳은 방이 없고 마지막으로 찾아온 곳은
하루 숙박비가 160$이나 하는 비싼 곳이었다. 30여분만 있으면 해 떨어질 시간이라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시카고에서 편하게 쉬어간다는 생각을 하고
여장을 풀었다. 이틀동안 잤던 유학생에게 다시 연락해 하루 더 부탁을 해볼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라는 생각에 접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뒷바퀴에 바람이 다 빠져 있었다. 타이어를 분리해서 뒤집어보니
아주 조그만 철사가 가시처럼 수직으로 박혀 있었다. 확인을 해보니 폐타이어의 철사가
닳고 닳아서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못 찾을 정도 였다. 핀셋으로 제거후 새로운 튜브로
교체하였다.
어제 이미 한번 지나간 길이기 때문에 오늘은 수월하게 헤매지 않고
시카고 남부지역을 빠져나갔다.
일리노이주를 빠져나가기 전 배고푸던 차에 햄버거나 먹을까 해서 들어왔는데 연어 요리를
파는 곳이었다. 막상 메뉴를 보니 먹을만한게 없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여기 연어요리가
맛있다 해서 일말의 기대를 갖고 후추와 마늘을 넣은 연어음식을 주문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카드는 안되고 오로지 현금만 된다. 다행히 지폐를 가지고
있어 계산을 했다.
다리를 건너 근처 공원에 들어와 한적한 곳을 찾았다.
잔디밭에 앉아서 연어를 먹었는데 맛이 부드럽고 단백하며 기름기가 많았다.
약간 느끼한 맛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먹을만 했다. 추가로 산 샐러드가 없었으면
다 먹지 못했을 것이다.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벌서 10번째 주 인디애나에 들어왔다. 뭔가 다를 것 같은
느낌으로 왔으나 시카고 남부지역과 별반 차이를 못 느꼈다. 중간에 대규모의
석유저장소 지역을 관통하기도 했는데 2년전 전국일주 할때 울산 석유 화학 공단 지날때의
생각이 들었다. 기름냄새와 두통등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이런 지역은 피해서 돌아가는게 상책인데 빠른길로 가다보니 어쩔 수 없이 지나게 됐다.
텐트를 치기 괜찮은 장소인데 도로 옆에 노출이 돼 있고 결정적으로
텐트 불가란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인디애나 초입에서 약 500m 전방에 한 라이더를 발견해서 10km를 미치도록 쫓아가서
결국 인사를 하게 됐는데 미국은 여행자로 캐나다까지 간다고 했다. 멀리서 봤을때는
혹시 동양인... 한국인 여행자가 아닐까 하고 기대 했었다.
50대 정도 되신 분인데 라이딩 속도가 빨라서 쫓아가기 바빴다. 결국 30km 같이 가다가
점점 그와 거리가 벌어졌고 나중에는 어디로 간지 찾지 못하고 그렇게 헤어졌다.
그와 함께 게리(Gary)란 도시를 지날때쯤 잠시 신호때문에 정차하고 있었는데
옆에 택시 운전자가 전방 2마일(3.2km)를 조심하라는 소리를 했다. 택시 운전자에게서
나온 말중 "건(Gun)"이란 단어가 들렸다.
※ 참고로 게리(Gary)는 세계적인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태어난 곳이다.
내 앞에 서 있던 자전거 여행자가 다시 내게 말해 주는데 자기손을 총모양으로 만들어
"dangerous" 라고 하면서 택시기사가 말하기를 굉장히 조심해야 하는 지역이라고 했다.
긴장한 상태로 몸을 움추리고 내 앞에 가는 자전거 여행자의 뒤를 바짝 촞아 갔다.
그 자전거 여행자와 오늘 저녁 캠핑도 같이 하려 했는데 헤어질때 인사도 못하고
어디로 갔는지 알길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캠핑장 예약을 하면서 캠핑장에 다른 자전거 여행자가 있는지
물었더니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 여행자는 여기 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간것 같았다.
미시간주를 거쳐서 캐나다 위쪽으로 올라간다고 했는데 아마도 미시간 호수를
따라서 북쪽으로 계속 이동한 것 같다. 미국 자전거 횡단을 하면서 처음으로
같은 자전거 여행자와 며칠동안 같이 다닐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것이 많이 아쉬웠다.
7.18 : 106km / Lincon Park Inn
7.19 : 113km / Michigan city Campground
총 이동거리 : 3,838.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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