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전거 횡단 #29 [~56일]
독일계 이민자가 많은 북부 인디애나
미시간 시티 ~ Shipshewana(7월 20일) ~ Harrison Lake State Park(7월 21일)
나무들이 많고 그 사이사이 집들이 있는 한적한 곳을 지나왔다. 어제 게리(Gary)를 지나온
이후부터는 농가 지역이 나왔는데 이곳부터는 백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갑자기 GPS가 꺼져 버렸다 배터리를 새것으로 넣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것 같았다.
배터리를 교체하려고 커버를 여는 순간 안에 있던 메모리 카드가 풀숲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거 갑자기 앞이 노래진다. 메모리 카드가 없어도 GPS로그는 기록이 되지만 지도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눈 뜬 장님이 된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리저리 찾아봤지만 눈에 보이질
않았다. 검은색이라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그냥 포기하고 갈까 고심했는데 다행히
10분만에 찾았다.
엔진 충전!
사우스 밴드 방향으로 가기 위해 우회전 한다.
수도 없이 많이 보는 동물이 나타난다는 안내표지판 그런데 살아 있는 동물은
거의 못봤다. 대부분 로드킬 당해서 죽어 있는 동물들만 본 것 같다.
뱀, 개구리, 개, 고양이, 새.....
왜 도로에 스노우모빌 표지판이 있지? 겨울에 눈이 많이 올때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가?
사우스 밴드(South Bend)
사우스 밴드를 지나서 캠핑장을 가기 위해 계속 라이딩 중인데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내 옆에 바짝 붙는다. 그러더니 어디를 가냐고 묻는데 자전거 여행중이라 했다. 30여분 이상을
내 앞에서 자기 자전거 속도를 늦췄다 빨리 갔다를 반복하면서 깔짝깔짝 대고 있었다.
도대체 이놈이 어디까지 가나 두고 보자는 식으로 속도를 늦추었더니 고개를 뒤돌려 내가
늦게 오는 것을 확인하고 이번엔 지기도 속도를 늦추는 것이었다. 내가 다시 속도를 높여서
앞질러 가려 하면 따라서 속도를 높여서 항상 내 앞 전방 10m 거리를 유지하면서 달렸다.
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어찌 해야 할지 고민 하던 차에
차도 건너편과 뒤족을 쳐다 보더니 차가 안오는 것을 확인후 건너편으로 건너 마트에 들어갔다.
그 찰라 이 기회다 싶어 부리나케 앞만 보고 달렸다. 또 쫓아오면 안되겠다 싶어 미친듯이
달렸다. 만에 하나 해코지나 싶어서 말이다. 한참 달린후 더이상 쫓아 오지 않는 것을 확인후
그때서야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간만에 미친듯이 밟았더니 체력이 방전됐다.
마트에 들어가 콜라와 햄버거를 사 먹었다.
계속 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똥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이제보니 주범이 이놈 인것 같았다. 길바닥에도 똥이 지뢰처럼 퍼져 있었다.
여기도 똥, 저기도 똥 아놔 말똥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데 멘붕되기 일보 직전이다.
똥 피해 다니는것도 한두번이지 더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 그냥 밟고 가자 ㅡㅡ;
조금만 가면 똥이 없어질 것이라 생각 했는데 끝도 없다.
아무래도 오늘 뭔가 마을 행사가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마차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마차에 탄 사람들도 옛날 복장을 하고 있었고
어디론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중간에 전통 복장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건너편이라 뭐라고 하는지는 듣지 못했다.
캠핑장 사무실에 들어가서 왜 사람들이 전통 복장을 하고 마차를 타고 가는지 물었는데
독일계 이민자들의 전통 행사가 있다고 말해줬다. 여기 오다가 독일마켓이라는 안내표지판
을 봤는데 그것과 연관이 있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라고 했다.
30여분 정도 무료인터넷을 쓸 수 있는데 충전을 하면서 인디애나와 독일계 이주민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찾아봤더니 독일에서 온 이주민이 19세기 말 위스콘신주에 처음 정착
하였고 인디애나 주와 펜실베니아까지 이르는 지역에 독일 이주민들이 많이 정착했다고
한다. 오늘 봤던 마차와 사람들은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이러한
축제를 하는 것 같다.
식사하고 텐트속으로....
오늘 아침도 어제처럼 말똥과 함께 라이딩을 시작했다.
그러나 마차들이 지나간지 오래되서 어제처럼 냄새가 심하진 않았다.
나중에는 말똥 냄새에 적응이 됐는지 냄새도 거의 맡지 못했다.
아침식사는 가다가 주유소 마트에 들려서 간단하게 피자와 콜라로 했다.
영화에서 본 듯한 옛날 마차이다. 마차만 있고 말은 보이지 않는다.
앙골라 15마일, 오하이오 콜롬비아 28마일
지리한 라이딩이 계속 된다...
오터호(Lake Otter)
뭐 볼거 있나 해서 들어왔는데 특별히 볼게 없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69번 프리웨이를 건너니 맥도널드가 보여서 점심식사를 할겸
들어왔다. 식사를 하면서 인터넷에 접속하여 루트를 확인했다.
여행하면서 사람들에게 자전거는 어떻게 보관하냐는 질문을 온라인상으로 많이 받는데
패스트푸드에 들어올때는 사람들이 많고 탁 트인 곳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안에 들어와서도
되도록이면 자전거와 가까운 곳에 앉아서 식사를 한다. 이럴경우 도난의 걱정은 없다. 물론
귀중품은 반드시 챙겨서 가지고 들어온다.
앙골라(Algola)를 지나고 있을때 누군가 내 옆에 서더니 자전거 여행하냐고 물었다.
맞다고 했더니 그럼 오늘 자기집에 가서 자자고 한다. 본인도 웜샤워 멤버라고 하면서
말이다. 잠시 고민이 되긴 했지만 그리 끌리진 않았다. 혹시 모를 위험 예방차원에서
오늘 갈 곳이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정중히 거절했다. 배풀어 주는 호의가 고마울때도
있지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과감히 거절해야 한다.
해밀턴(Hamilton)
3년전에 뉴질랜드를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5일간 있었던 도시와 이름이 같아서
잠시 그때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우리나라도 1번 국도가 있는데 뭔가 상징적인 것 같아서 인증을 남겼다.
11번째 주 오하이오(Ohio)
오하이오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 앞에서 인증을 남기려 하는데 때마침 지나가는
차에 의해서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터지는 소리인것 같은데 좀전에 오면서
길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을 차가 밟고 지나갈때 발생한 소리였다.
오하이오 시작부터 뭔가 예감이 좋지 않다. ㅡㅡ;
오하이오와 인디애나를 경계로 도로포장이 깔끔하게 시작됐다.
디투어(Detour)... 돌아가라는 안내인데 어디 도로 공사중인가?
차도 나오는 것 보니 통행은 가능한 것 같은데... 직진할까? 좌회전할까?
옛말에 어른들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직진보다는 좌회전 해서 가는게 좋을 것 같아 20번 하이웨이로 핸들을
왼쪽으로 틀었다.
드디어 4,000km 돌파! 처음 생각했던 목표거리의 3/2를 왔다.
아리조나 플라그스타프를 떠난지 47일째 만이다.
해리슨 호수 주립공원(Harrison Lake State Park)까지 2마일 오늘 가게 될 캠핑장까지
의 거리다.
주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텐트 칠 자리를 안내받고 캠핑장 안으로 들어왔는데 높은 곳에 독수리와 부엉이로
보이는 새가 앉아 있었다. 이거 괴기 영화도 아니고 약간은 무섭기도 했다.
독수리들은 깃털을 고르고 있었는데 부엉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조각상 이었다.
주립공원 캠핑장에 올때마다 이상하게 주말저녁이거나 일요일이었다.
오늘도 역시 일요일저녁이다.
7.20 : 126km / Shipshewana Campground
7.21 : 111km / Harrison Lake State Park
총 이동거리 : 4,075.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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